2007년 06월 22일
호밀밭의 파수꾼

홀든 콜필드, 세상 사람들에게 그는 케어가 필요한 사회 부적응자다. 그러나 콜필드 자신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왜냐면 이 세상은 부조리하고 사람들은 속물이고, 똑똑하지도 않다. 심지어 변태들도 우글거린다. 이런 사회에 자신이 적응할 필요가 없다. 어디가서 오두막이나 지어 살면 딱 좋겠다. 그에게는 피비같은 어린이나 샌드위치 가게에서 만난 수녀처럼 세상과 거리가 있는 삶만이 고귀하다. 

콜필드 같은 사람은 주위 사람들도 피곤하게 만드는 타입이다. 좋은게 좋은건데, 나쁜 것도 좋다 생각하고 살아야 미치지 않을 수 있는 이 세상인데 모든 일에 염증을 느끼는 콜필드같은 사람은 the loaner가 되기 딱 좋다. 어떤게 먼저인지는 모르겠다. 내말은 그가 세상을 먼저 '따'시킨건지, 세상이 그를 '따'시켜서 세상이 미워진 건지 그건 잘 모르겠다는 거다.

아마 나뿐 아니라 모든 사람이 그걸 궁금해 한다. 어떤 사람이 '따'가 된대는 이유가 있을테니, 그 이유를 찾아 유년시절로 유아기로 추적하고 싶어한다. 사람들은 불확실성을 지독히도 싫어하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명확하게, 자신들이 통제할 수 있는 범주 가운데 있기를 바란다. 이런 '따'들은 어떤 이유로 발생하며, 또 이 들이 앞으로 어떤 일을 벌이게 될까. 그래서 알고 싶어한다.

콜필드는 결국 세상한테 졌다. 오두막 어쩌고 하더니 떠나지도 못했다. 정신 치료를 받으면서 요양원에서 이 글을 쓴거다. 이글에는 안나왔지만 주위 사람들은 안도했을 것이다. 콜필드가 정신분석을 받음으로써 그 원인이 밝혀지고, 불확실성이 사라졌으니 말이다. 그 이후에 콜필드의 삶은 어땠을까. 세상에 적응했을까, 아니면 여전히 the loaner로 지냈을까.

어떤 것이 옳은 걸까. 세상의 부조리를 혐오하는 사람과 어느정도 타협하고 행복을 찾는 사람 중에 말이다. 세상엔 정말 싫은 사람도 많고, 말도 안되는 일도 많다. 들어도 못들은 척, 봐도 못 본척. 이런 바보스러움이 삶에 꼭 필요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선택을 한다. 세상의 더러운 꼴, 싫은 꼴 참을 수 있는 무언가를 찾는다. 그것은 연애일 수도 있고, 공부일 수도 있고, 운동일 수도 있다.

마르크스가 세상의 혁명을 꿈꿀 때 그는 종교에 대해 생각했다. 사람들은 왜 교회에 갈까. 왜 이 세상을 사는 것이 아니라 내새를 바라는 것일까. 답은 그랬다. 너무 힘든 지금의 삶을 '일시적'이고 '무의미'한 것으로 회피하고, 진정한 행복을 맛 볼 천국 같은 내새를 바라는 것이었다. 종교는 현실의 고통을 잊게 만드는 아편이었다. 절대로 대안이 될 수 없는. 그래서 마르크스는 종교가 필요하지 않은 세상을 만들고 싶었다. 콜필드처럼 외면하고 무시당하고 상처입은 것이 아니라.
 
마르크스도 혁명에는 실패했다. 그래도 세상에서 가장 많이 회자되는 학자가 되기는 했다. 콜필드 같은 무지한 염세를 하나의 이데올로기로, 하나의 학문으로 발전시켰기 때문이다. 정작 생전에 자신은 몰랐겠지만 말이다. 생각만해도 피곤한 삶이다. 시골에서 올라온 여자들이 겨우 라디오시티극장에 가는 일에 행복해 하는 일을 우스워하는 그런 삶 말이다. 작은 일에 행복을 느끼는 삶을 우습게 여기는 그런 삶 말이다.

사실, 콜필드에게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염세라는 것이 누구나 살면서 지속적으로 느끼는 냉소와 분노가 아니겠는가. 세상에 살며 느끼는 행복은 어쩔 수 없이 차선이다. 진정한 행복이라는 게 이 세상에 있는지 잘 모르겠다. 살짜기 바보가 되어야 느낄 수 있는 것이 행복인 것 같다. 

 덧 붙이자면,,진정한 행복이 없을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실은 있다. 가슴이 빈 것 같은 느낌, 무언가 갈구하게 되는 느낌. 그것 사실은 인간의 본질적 특성이다. 神과 멀어진 벌이다. 마르크스가 틀렸다. 종교는 아편이 아니라 답이었다. 



 
by 눈빛 | 2007/06/22 11:15 | 하이퍼그라피아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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